리더십

미국등 외국의 리더십

[코로나 19에서 살아남기] 2006. 1. 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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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리더십 집중분석]

국가적 혼란 어떻게 푸나

 

▼연재순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영국/ 일본

 

《한국사회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정부의 대북정책 등 전국적인 이슈에서부터 비교적 사소한 인천국제공항 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의혹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잘못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혼란이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우리 사회에는 과연 문제를 풀어나갈 책임 있는 지도자나 지도층이 있는 것인지 국민의 불신은 깊어만 간다. 한국보다 나라가 크고 사회가 복잡한 주요 외국은 어떻게 국가적 혼란을 해결할까. 국가가 혼란에 빠질 때 지도자들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을 납득시키는 원칙은 무엇일까.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의 리더십을 시리즈로 분석해본다.》

 

 

[미국] 국가적 혼란 어떻게 푸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4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변호사협회 연례 총회에서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의 승자를 가린 대법원 판결을 이렇게 평가했다.

 

ꡒ승자는 물론 패자도 판결에 승복하고 그에 따라 미국민 모두가 선거결과를 인정하게 됐다는 점에서 당시 대법원 판결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ꡓ

 

브레이어 대법관은 지난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던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12월13일 5대 4의 판결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 그의 당선을 확정지을 때 소수의견을 냈다. 당시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플로리다주 정부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판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효처리한 표들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확인하지 않으려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7개월여가 지난 뒤 재검표를 주장했던 브레이어 대법관이 인식의 변화를 보인 것은 미국의 ꡐ법치(rule of law)ꡑ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사법부의 판결을 모두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미국은 대선 실시 후 36일간 승자가 가려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빚어진 심각한 국론 분열의 후유증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며 국민에게 화합을 촉구한 것은 감동적인 페어 플레이(fair play)였다.

 

ꡒ나는 대법원의 판결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수용하겠다. 우리는 국가에 대한 사랑으로 실망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을 통해 분명히 확인된다. 이것이 미국이다.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지만 일단 결과가 나온 만큼 화합해야 한다.ꡓ

 

너무도 미국적인 고어의 패배 인정은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한국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많은 한국인들이 ꡒ만일 대선에서 한달여 동안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다가 대법원 판결로 대통령이 결정되는 상황이 한국에서 발생한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ꡓ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미국의 저력을 부러워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빛을 발휘하는 미국의 법치주의 전통은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법 앞에서는 만민이 평등하고, 법을 통해 공동체를 운영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200여년 역사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미국은 오늘날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법치국가가 될 수 있었다.

 

70년대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결국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 등이 주도했던 60년대 인권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법의 테두리 내에서 비폭력 시위를 전개했기 때문이었다.

 

법치주의 외에 리더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리더십을 강조하는 전통도 미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올바른 리더십을 중요한 사회적 덕목으로 강조해서 가르친다. 한국처럼 학급에 반장은 없지만 많은 학생들이 특별활동 등을 할 때 돌아가면서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군대에서도 분대장(squad leader) 소대장(platoon leader) 등에겐 계급에 따른 직함 대신 리더라는 명칭이 부여된다.

 

미국의 리더는 ꡐ우리 가운데 한 사람ꡑ일 뿐 군림하지 않는다.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가 조직원보다 우월하다고 허세를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통령도 여러 리더 중 한 사람일 뿐 절대적 통치자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의 피터 벡 국장은 ꡒ법치주의와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립된 미국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큰 상관이 없다ꡓ며 ꡒ이런 점에서 미국은 인치(人治)가 강조되는 한국과는 분명히 다르다ꡓ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 J 디온 주니어 박사가 말하는 미국의 리더십▼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E J 디온 주니어 박사는 선거와 여론 등의 주제를 깊이 다루는 전문가이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고 한 그로부터 미국의 리더십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실상 연방대법원 판결에 의해 당선됐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수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ꡒ법치주의에 대한 존중과 현실적인 정치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고어 후보와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이미 유권해석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의 이의 제기는 비생산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당시 여론은 당파싸움은 그 정도로 충분하다는 쪽이었다. 또 대선 패배가 집권능력 결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4년 뒤를 기약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대선 만큼 치열했던 1824년과 1876년 대선에서 패자가 그 다음 선거에서 승리한 역사적 사실도 고려했을 것 같다.ꡓ

 

-누가 미국을 이끈다고 할 수 있나.

 

ꡒ대통령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으나 미국에선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과 법치주의가 확립돼 있는 만큼 대통령이 혼자서 통치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국민도 권력의 분립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만족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ꡓ

 

-다른 나라에서라면 상황이 달랐을 텐데….

 

ꡒ미국에서도 대법원 판결에 반대가 많았던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은 물론 대법원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대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ꡓ

 

-미국에는 선거결과와 리더를 존중하는 전통이 강한 것 같다.

 

ꡒ정당하게 선출된 리더를 국민이 존중하는 것 못지 않게 리더에 대해 강력한 비판과 견제를 하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전통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로널드 레이건처럼 강력한 대통령이 통치했을 때일수록 그에 대한 의회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강력한 야당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통이다.ꡓ

 

 

 

[프랑스] 국익 앞에선 '한마음'

 

 

지난 달 16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비가 오는 가운데 치러진 프랑스 혁명기념일(7월 14일) 행사에서 서로 노려보는 사진을 1면에 큼지막하게 실었다. ꡐ비가 온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에서는 폭풍이 몰아친다ꡑ는 사진 설명과 함께.

 

요즘 프랑스 언론의 관심사는 단연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의 불화다. 연일 ꡐ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의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동거)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ꡑ는 등의 기사가 지면을 차지한다.

 

내년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최대 라이벌인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한 직설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요즘 격돌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과 조스팽 총리의 트로츠키파 활동 전력(前歷)이 드러나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전도 점점 가열되고 있다.

 

정치적 신념 등 여러 측면에서 물과 기름 같은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의 두 기둥을 이루고 있는데도 프랑스가 최근 몇 년 동안 서유럽 국가 중에서도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묘하게도 프랑스 경제는 우파와 좌파가 ꡐ동거 정부ꡑ를 구성한 97년부터 호전됐다. 당시 13%에 육박했던 실업률은 현재 10년 만의 최저인 9%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독일과 영국에 앞선 3.5%였고 인플레는 제로에 가까웠다.

 

지난해 세수 잉여도 800억프랑(약 136조원)이나 돼 정부가 돈 쓸 곳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둔화에 따라 프랑스 경제도 다소 주춤하는 기세지만 영국과 독일에 비해서는 훨씬 느긋한 편이다.

 

우파 대통령과 좌파 내각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어떻게 이런 호성적이 가능했을까. 많은 프랑스 전문가는 ꡒ프랑스 정치인들이 정쟁은 하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기 때문ꡓ이라고 말한다.

 

97년 5월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승리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좌파인 사회당 조스팽 당수를 총리로 지명했고 조스팽 총리는 좌파 일색의 새 내각을 꾸몄다. 이로써 프랑스 제5 공화국 세 번째 동거 정부가 출범했다. 당시 프랑스는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만성적인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한 좌우 동거와 좌파 내각의 사회복지 우선 정책이 경제를 더 나쁘게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동거 정부는 그 같은 우려를 비웃듯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조스팽 총리는 전통적인 좌파 정책에서 벗어난 유연한 정책으로 호황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갈등하고 반목한다 하더라도 ꡐ판ꡑ을 깨지 않는 프랑스 정치 풍토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스팽 총리는 5월 사회당 초선인 아르노 몽트부르 의원이 시라크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자 앞장서서 말렸다. 탄핵안이 대선 라이벌인 시라크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공세로 비쳐지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익이라는 대전제 앞에서는 흔쾌히 협력하는 프랑스 정치의 전통도 좌우 동거를 뒷받침하는 토양이다. 안에서는 찬바람이 도는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이지만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같은 대외 행사에 참석하면 서로를 치켜 세우기에 바쁘다.

 

동거 정부의 성공 때문인지 최근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65%가 동거 정부가 내년 대선 때까지 유지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거에도 분명한 원칙이 있다. 동거는 하되 융합하지는 않는다는 것. 선거 또는 집권을 위한 한국식의 합당이나 연합은 프랑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가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프랑스 동거 정부가 역설적으로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정성배(鄭成培) 파리 사회과학대학원 명예교수는 ꡒ프랑스 헌법은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나머지 내정을 총리가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ꡓ면서 ꡒ이 때문에 좌우 동거라는 불편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대통령과 총리가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고 있고 대통령은 내각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ꡓ고 설명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르무엔의원 "동거정부 절대권력 존재할 수 없어"▼

 

조르주 르무엔 프랑스 사회당 하원의원은 ꡒ동거 정부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독특한 산물로 오늘날처럼 정착되기까지는 수많은 곡절을 겪었다ꡓ고 말했다.

 

르무엔 의원은 파리의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프랑스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며 ꡒ민의를 존중하고 갈등 소지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동거의 기술ꡓ이라고 강조했다.

 

-동거 정부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ꡒ동거 정부가 되면 자동적으로 정치 세력간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다. 이는 절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추구하는 프랑스 헌법의 이념에도 부합된다. 권력을 한군데 몰아주기 싫어하는 프랑스 국민의 정서와 맞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식 민주주의 체질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ꡓ

 

-그래도 단점이 있을 텐데….

 

ꡒ비효율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 통합 및 국방 외교를 책임지고 총리가 내정 일반을 맡도록 역할이 분리돼 있지만 충돌이 없을 수 없다. 지난달 14일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 기념일 기자회견에서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비난하기도 했다. 마치 한발로 자동차 가속 페달을 밟고 다른 발로 브레이크를 밟을 때처럼 덜컥거릴 때가 있기는 있다.ꡓ

 

-좌우파가 동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ꡒ민의를 존중하는 것이다. 97년 총선에서 패배한 시라크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은 동거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동거 정부 구성을 거부했다면 그는 하야를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내각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분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ꡓ

 

-7년이던 프랑스의 대통령 임기가 내년에 당선되는 대통령부터 5년으로 줄어든다. 내년에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면 동거 정부가 다시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 아닌가.

 

ꡒ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대선과 상반된 총선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지금도 시라크 대통령이 51% 대 49%로 조스팽 총리를 리드했다가 다음날 49% 대 51%로 역전되는 상황이다. 97년 시라크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했을 때도 모든 여론조사가 총선에서 우파의 승리를 점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ꡓ

 

 

 

[러시아] 푸틴 시류영합 안한다

 

 

최근 러시아 여론조사기관인 여론재단(FOM)이 러시아인 1500명을 대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9%가 ꡐ매우 만족한다ꡑ(44%)거나 ꡐ대체로 만족한다ꡑ(35%)고 응답했다.

 

푸틴 대통령이 역대 러시아 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된 것이다.

 

집권 2년째를 맞은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처음부터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1999년 8월 총리에 임명된 뒤 그해 12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대통령대행을 맡았을 때만 해도 러시아 국민은 새 지도자에 대해 걱정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국정운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신인에다 구소련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라는 부정적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지지부진한 시장개혁의 와중에서 98년 몰아친 외환위기로 경제는 붕괴됐고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부정부패에다 체첸사태까지 겹쳐 당시 러시아는 ꡐ문제투성이의 이류국가ꡑ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차근차근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무엇보다 러시아인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되찾아 주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은 ꡐ통합과 설득의 리더십ꡑ으로 요약된다. KGB 출신이라는 전력과 강성 이미지 때문에 처음엔 ꡐ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ꡑ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는 공산당 주도의 의회와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올리가르흐(과두 재벌), 거대한 관료집단,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지방정부 등은 대표적인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 기득권 세력이 이에 저항할 경우 러시아는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대립 속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대립보다는 타협을, 분열보다는 통합의 길을 선택했다. 트로이카 디알로그 투자은행의 크리스 웨퍼 연구소장은 푸틴 대통령의 재벌 정책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했다. 러시아의 과두 재벌은 사유화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며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 푸틴 대통령이 속시원하게 재벌을 응징해 줄 것을 기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여론을 등에 업고 몇몇 재벌 총수를 구속하거나 개인 재산을 빼앗는 등 시류에 영합하는 강공책으로 단번에 인기를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벌 총수를 차례로 만나 18~24개월의 시한을 제시하며 이 기간에 불법적인 사업 부문을 합법적으로 전환시킬 것을 권유했다.

 

또 ꡐ과거ꡑ는 묻지 않는 대신 앞으로의 탈법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경고를 빠뜨리지 않았다. 정부도 경제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등 제도적인 개혁부터 해나갔다. 푸틴 대통령은 ꡐ러시아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을 끌어안아야 한다ꡑ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러한 온건한 태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타협적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접근방식에 따라 러시아는 세제개혁과 특혜 폐지 등 경제개혁을 무리 없이 추진하면서도 큰 혼란 없이 지난 2년 동안 연간 10%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옐친 전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무리하게 급진개혁정책을 밀어붙이다가 곳곳에서 저항에 부닥치면서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갔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웨퍼 소장은 이를 ꡐ푸틴식 실용주의ꡑ라는 말로 설명했다. 의회와의 관계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은 돋보였다. 그는 의회를 적대시하기보다는 국민 여론을 바탕 삼아 꾸준히 의회를 설득했다. 그 결과 공산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토지법안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부 법안이 무사히 의회를 통과했다. 공산당 출신으로 가장 적대적인 자리에 섰던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이 지금은 가장 강력한 푸틴 대통령의 후원자가 됐을 정도다.

 

ꡐ푸틴식ꡑ 리더십의 또 다른 숨겨진 강점은 ꡐ실천ꡑ이다. 알렉산드르 오슬론 FOM 회장은 ꡒ옐친 정부 시절 말만 앞세우는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꼈던 러시아인들은 푸틴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력에 크게 감동했으며 이것이 그의 지도력을 더욱 강화시켰다ꡓ고 평가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키슬리친 연구원 "푸틴식 리더십 장점은 점진주의"▼

 

ꡒ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개인적인 인기와 국민적 지지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적절히 연결시키고 있다.ꡓ

 

러시아 기업인연합(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산하 사회정치연구소의 알렉산드르 키슬리친 선임연구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키슬리친 연구원은 1999년의 대통령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활약한 선거전략가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지도력의 특징은 무엇인가.

 

ꡒ푸틴 대통령은 역대 러시아 지도자들과는 달리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서 민심을 사로잡는 독특한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의회나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개혁정책을 펴나가고 있다.ꡓ

 

-2년 전만 해도 무명이던 푸틴 대통령이 현재 누리고 있는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ꡒ푸틴 대통령은 작은 키나 딱딱한 인상 등 얼핏 보면 대중 정치인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중 정치인답지 않은 모습이 부패하고 노회한 보리스 옐친 시대의 정치인상과 대비돼 신선한 이미지를 국민에게 주고 있다.ꡓ

 

-ꡐ푸틴식 리더십ꡑ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ꡒ푸틴 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뚜렷한 원칙을 갖고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이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이다. 예를 들어 푸틴 정부는 뿌리깊은 관료주의를 개혁하기 위해 과거 옐친 정부처럼 대대적인 반(反)부패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극단적 수단을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공부문의 처우를 개선해 관료사회의 사기를 높이는 한편 규제완화 등 제도개혁을 통해 민간부문의 권한을 강화시켜 점진적으로 관료주의의 폐해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ꡓ

 

-러시아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재벌 개혁은 어떤가.

 

ꡒ푸틴 정부는 금권을 이용해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려고만 하지 않으면 재벌의 순수한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ꡓ

 

 

 

[중국]원칙 지키며 명분-실리 챙겨

 

 

《ꡐ사상 해방, 실사구시, 일치단결로 앞을 보고 나아가자.ꡑ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말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 개최에 앞서 열린 당 중앙공작회의에서 이런 제목의 연설을 했다. 4인방의 잘못된 사상으로부터 벗어나자, 실사구시가 판단의 기준이다, 일치단결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전체회의는 이 연설 직후 중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ꡐ개혁개방ꡑ 결의를 채택했다.》

 

덩샤오핑의 연설은 이후 중국 공산당과 정부, 군 등 사회 전체의 지도원칙으로 자리잡았고 개혁개방 결의는 20년간 줄곧 추진됐으며 중국 경제는 대도약의 시기를 맞게 된다. ꡐ앞을 보고 나아가자(向前看)ꡑ는 구호는 개혁개방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서 ꡐ돈을 보고 나아가자(向錢看)ꡑ는 말로 바뀌기도 했다.

 

중국 정치의 특징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박건일(朴鍵一) 연구원은 ꡒ일단 원칙을 정한 다음에 정책을 결정하며 이후에는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ꡓ이라고 말한다. 이같이 원칙을 중시하는 중국 정치의 특징은 대외정책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중국은 외교의 대원칙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부터 내려오는 △내정불간섭 △상호주권존중 △비동맹 등 이른바 ꡐ평화공존 5원칙ꡑ을 적용해 왔다. 중국은 다른 나라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 우발적인 사건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게 외교부 한 관리의 말이다.

 

4월 미중 정찰기 충돌사건이나 99년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 처리도 그 같은 사례라는 것. 정찰기 충돌사고가 난 뒤 주방자오(朱邦造)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견해를 4가지로 정리했다. 사고지점은 중국 영해상이다, 미군 정찰기가 급선회한 탓에 사고가 생겼다, 중국은 사건을 조사할 권리가 있다, 미국은 사죄해야 한다는 것. 이후 정찰기가 해체돼 반환되기까지 약 100일간 양국관계는 꼬여갔지만 중국은 마지막까지도 이런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승무원 송환에 앞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에 사죄했다. 정찰기 반환 형식도 수리해 비행하겠다는 미국 주장 대신 해체 후 가져가라는 중국 주장대로 됐다.

 

99년 5월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은 즉각 이 사건이 ꡐ중국 주권을 침범한 횡포ꡑ라고 밝히고 군사교류와 인권협상 중단 등을 경고했다. 중국은 이후 미국으로부터 사죄와 동시에 배상금을 받아냈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ꡒ중국이 원칙주의를 취하되 적용에 있어서 극히 유연하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ꡓ고 지적한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중국계 학자 구속사건 처리는 이 같은 유연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 중국은 2월 가오잔(高瞻) 아메리칸대 교수를 간첩죄 혐의로 베이징(北京)에서 체포해 구속했다. 이어 리사오민(李少民) 등 일련의 미국계 학자들을 간첩죄로 체포하면서 이들 문제는 양국간의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중국은 파월 국무장관의 방중에 앞서 재빨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을 신속하게 마치고 간첩죄 등으로 10년형 등을 선고한 다음 즉시 병보석 신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석방해 미국으로 추방해버렸다. 원칙은 굽히지 않되 이를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을 모양 좋게 제거한 것이다. 이처럼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유연하게 적용해 극단적인 외교마찰을 피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리더십 유형이라는 것이다.

 

주중 대사관의 한 관리는 이 같은 중국식 원칙주의 리더십을 한국이나 일본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가 중국과의 농산물 분쟁. 한국은 국내 마늘재배 농가의 반발을 고려해 마늘 금수 조치를 취했다가 휴대전화 등 교역규모 면에서 100배나 큰 손실을 당한 다음에야 금수 조치를 바꿨다.

 

일본은 중국산 양파와 표고버섯 다다미용 왕골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조치를 발동했다가 중국으로부터 일본산 자동차 수입 금지란 보복을 당했다.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이들 품목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하지 못해 갈수록 손실만 커지고 있다.

 

원칙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리더십도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이기에 원칙 중심의 중국형 리더십이 더욱 돋보인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中사회과학원 쑨수린 교수 "상대가 수긍않는 원칙은 억지"▼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 겸 당위원회 서기인 쑨수린(孫叔林) 교수는 ꡒ원칙주의가 현대 중국 정치의 철학ꡓ이라고 말한다. 나라 덩치가 크고 일이 뒤엉켜 있는 경우가 많아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원칙을 세워놓고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원칙은 어떻게 정해지나.

 

ꡒ크게 세 가지가 고려된다. 하나는 대국(大局)을 살피는 것이다. 아무리 바람직한 처방이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나중에 탈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또 하나는 미래를 보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처지를 배려하는 것이다. 상대가 수긍하지 않는 원칙이라면 억지가 되기 때문이다.ꡓ

 

-누가 원칙을 정하나.

 

ꡒ중국은 집중의 원칙이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원칙을 세운다. 가령 외교문제라면 당에는 당 대외연락부, 정부에는 외교부가 있다. 군이 관련되는 문제라면 군 관계자도 회의에 참여하며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는 학자나 연구원도 참석하게 된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외교담당인 첸치천(錢其琛) 부총리가 관계기관이 모두 참석하는 외사공작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지도부의 재가를 얻어 원칙을 정한다.ꡓ

 

-한중간 마늘분쟁에서 보듯 한국의 경우에는 나중에 물러나더라도 일시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강경한 정책을 취하기도 하는데….

 

ꡒ마늘분쟁이 일어난 것은 한국이 협상을 제의하기 전에 먼저 방침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해버렸기 때문이다. 분쟁은 상대방이 있다. 당연히 먼저 협상을 제의하고 풀리지 않을 경우 분쟁으로 가야하는 것이다.ꡓ

 

그는 ꡒ협상의 최종 잣대는 국익과 명분ꡓ이라며 ꡒ당시 협상을 먼저 시작했더라면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ꡓ이라고 말한다.

 

 

 

[영국] '제3의 길'로 개혁-성장 견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요즘 영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정치인 중 하나다. 야당인 보수당에서는 블레어 총리의 트레이드마크인 ꡐ제3의 길ꡑ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ꡒ토니 블러(blur․불투명하다)ꡓ라고 비아냥댄다. 소속당인 노동당으로부터도 ꡒ변절했다ꡓ는 비난과 함께 ꡒ토리(보수당의 애칭) 블레어ꡓ란 악평을 듣고 있다.

 

그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노선에 반발하는 노동당 소속 하원 상임위원장 2명을 교체하는 안을 하원에 제출했으나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져 1997년 집권 이후 하원 투표에서 처음 패배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도 노조원 70만명이 소속된 일반공공노조(GMB) 등 노동당 지지기반인 각종 산별 노조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사고 있다. GMB는 노동당에 제공해오던 정치자금을 대폭 삭감하는 한편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블레어 총리와 일전을 벌일 태세다. 존 에드먼드 GMB 의장은 블레어 정책을 ꡒ정신나간 짓(Crazy Stuff)ꡓ이라고 표현할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총리는 ꡒ공공 서비스 개혁은 중도좌파 정부로서는 파격적인 정책이지만 노선에 얽매이다간 아무 일도 못한다ꡓ며 계속 밀고 나갈 태세다.

 

재미있는 일은 전통적인 좌우파 개념에 연연하지 않는 블레어 총리의 정책을 ꡒ백화점식 잡동사니 정책ꡓ이라고 혹평해온 보수당 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9월 당수 선거를 앞두고 보수당의 정강이나 다름없는 ꡐ유로화 가입 반대ꡑ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유로화 가입 반대 철회를 주장하는 케네스 클라크 전 재무장관은 지난달 실시된 2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클라크 전 장관이 보수당 당수가 되면 보수당도 ꡐ제3의 길ꡑ로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수당의 이런 변화는 이념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블레어 총리의 통치스타일이 국민에게 먹히고 있음을 입증 하는 것이다. 주영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ꡒ전통적인 좌우파 구도에서 벗어난 블레어의 ꡐ제3의 길ꡑ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영국에서는 이념 혼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ꡓ고 말했다.

 

ꡐ보수 진보 양당 체제의 전형ꡑ으로 불리던 영국에서의 이런 변화는 노동당이 6월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

 

노동당 승리의 직접적인 배경은 경제가 좋았기 때문. 올 들어 세계경제 둔화와 파운드화 강세 등으로 영국 경제가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리고는 있지만 영국인들은 블레어 총리 집권 1기 동안 낮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 높은 성장률과 재정 흑자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았다.

 

블레어 총리는 집권 1기 동안 복지비용을 늘리기 위해 세금을 많이 걷어 국가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전통적인 노동당식 국가운영에서 탈피했다. 또 과거 노동당 정부 시절 ꡒ다우닝 10번가(총리 관저)의 실제 주인은 노조총연맹(TUC) 의장ꡓ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노조에도 ꡐ홀로 서기ꡑ를 선언했다.

 

최동진(崔東鎭) 전 주영대사는 ꡒ100년간 노조의 아성이었던 노동당에서 노조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것은 웬만한 신념과 용기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ꡓ이라고 평가했다.

 

블레어 총리는 집권 2기에도 공기업 민영화는 물론 보수당의 정책인 정부조직 축소와 규제 철폐, 시장의 자유 기능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 때문에 당내와 노동당 지지세력들 사이에서 ꡒ블레어 총리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보수당)의 가장 충실한 후계자ꡓ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의 이데올로기보다는 국민과 국익을 앞세우는 블레어 총리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데 인색한 전문가는 별로 없다. 블레어 총리는 ꡒ민주적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중도좌파적 이념은 진화중ꡓ이라며 ꡒ나의 정치 실험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10년이 필요하다ꡓ고 공언하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험프리 주한 英대사▼

 

ꡒ집권 2기를 맞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최대 과제는 그동안 추진해온 ꡐ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ꡑ를 얼마나 실제 사회개혁으로 연결시키는가 하는 것이다.ꡓ

 

찰스 험프리 주한 영국대사는 블레어 총리의 리더십과 ꡐ제3의 길ꡑ에 대한 평가를 주문하자 영국 내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답변을 비켜갔다.

 

제3의 길은 블레어 총리가 97년 총선 때 들고 나온 슬로건으로 노동당의 사회민주주의와 보수당의 신자유주의를 접목한 개념. 즉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형평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사회개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ꡒ사회개혁의 핵심은 바로 공공서비스 분야의 개혁이다. 블레어 총리는 줄곧 이 분야의 개혁을 강조해 왔다. 무엇보다 무상의료제도인 국립보건원(NHS)제도와 교육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NHS제도를 개혁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지만 환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교육개혁은 학생들에게 더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ꡓ

 

-노동당의 지지기반인 노조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공공서비스 분야를 개혁하려는 이유는 뭔가.

 

ꡒ블레어 총리가 취임 연설에서 밝혔듯이 국가경영을 효율화하고 21세기에 국민이 요구하는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이 분야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는 대다수 영국 국민이 바라는 것이다. 영국 국민은 가능한 신속하고 근본적인 개혁이 추진되길 원하고 있고 고통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ꡓ

 

-집권 2기의 블레어 내각이 앞으로 중점을 둘 정책은….

 

ꡒ영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내각 출범 후 의회에서 하는 첫 연설에 기초해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왕은 6월20일 연설에서 영국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제적인 안정과 투자 확대, 공공서비스 분야의 개혁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ꡓ

 

 

 

[일본] 정책집행 전 다단계 民意수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0일 두 회의에 참석했다. 임시각료회의, 특수법인 등 개혁추진본부와 행정개혁 추진본부의 합동회의였다.

 

임시각료회의는 경제재정자문회의가 제시한 2002회계연도 예산안 골격을 확정했다. 공공투자와 일반정책비를 10% 깎아 환경 교육 정보기술 등 7개 중점분야에 투자하는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이날 저녁 예산안 작성 책임자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은 공영방송인 NHK에 출연해 예산안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열을 올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개혁 관련 합동회의를 마치며 특수법인 74개와 영리법인 83개 등 157개 공익법인을 폐지 또는 민영화한다는 전제 아래 근본적으로 개혁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행정개혁상에게 ꡒ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분발하라ꡓ고 지시했다. 이시하라 행정개혁상은 이날 저녁 한 민간 TV방송사가 긴급 편성한 ꡐ샌드백의 결의ꡑ라는 타이틀을 붙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총리가 의장 또는 본부장을 맡아 반드시 출석해야 할 회의나 간담회는 7월말 현재 34개나 된다. 모든 회의 결과는 언론매체를 통해 곧바로 국민에게 알려진다. 직후에 논란이 즉각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 총리는 결정을 유보하는 게 관례다.

 

일본의 역대 총리는 이처럼 자문회의나 간담회, 추진본부 등을 만들어 정책의 골격을 결정해오고 있다. 이들 회의기구가 결론을 내려 건의한 사항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법 제정시 또는 시행 과정에서 이 건의사항은 대부분 수용된다.

 

총리가 해당 부처에 직접 지시해도 될 일을 구태여 ꡐ옥상옥(屋上屋)ꡑ 같은 기구나 회의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왜일까. 이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정책집행의 명분을 쌓으려는 생각에서다. 명분이 확보되면 반대 세력을 손쉽게 누를 수 있고 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일본 정치의 리더십 유형은 ꡐ사전 준비와 이견 조정의 리더십ꡑ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치의 또 다른 힘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ꡐ건전한 대립ꡑ에서 나온다. 지방분권의 역사적 전통과 50여년의 지자체 역사를 갖고 있어 중앙정부라 해도 지자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자체도 주민의 권리나 복지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구조개혁에는 ꡐ자활 노력을 게을리하는 지방정부에는 보조금을 깎겠다ꡑ는 안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고지(高知)현의 하시모토 다이지로(橋本大二郞) 지사가 즉각 정면으로 따졌다. 그는 ꡒ정치란 밸런스 감각이 중요하다. 총리는 먼저 지역실정을 파악하라ꡓ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 정도로 지방의 목소리가 강하다.

 

일본의 지방자치제는 1947년에 시작됐다.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지사와 3200여개 시정촌(市町村) 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따라서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등을 돌리면 총리도 버티기 어렵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독선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은 ꡐ이중의 안전장치ꡑ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보아 일본 국민은 행정부 동향이나 정치권에 무관심한 편이다. 이는 정부가 나름대로 리더십을 발휘해 적정 수준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대형 재해가 일어났을 때 이 같은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도쿄(東京)도에 속한 미야케지마(三宅島)에서 지난해 6월 화산활동이 활발해졌다. 주민 3400여명은 석 달 뒤 모두 섬을 떠나 현재까지 객지생활을 하고 있다. 도쿄도는 이들에게 임시주택을 제공했고 교육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7월 참의원선거 때는 흩어져 살고 있는 섬 주민을 위해 여러 곳에 임시 투표소를 만들었다.

 

이들이 언제 섬마을에 돌아갈지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불안한 객지 생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불만을 품고 집단행동을 한 적은 없다. 중앙정부와 도쿄도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도쿄도는 미야케지마 피해 복구에 1000억엔 정도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ꡐ미야케지마 복구 특별법ꡑ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야케지마 사건은 ꡐ국민을 위한 정부ꡑ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끝-

 

 

▼박철희교수-정책 결정되면 '뒤집기' 힘들어▼

 

대통령 중심제의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결정이 절대적인지라 체제가 다른 일본에서 리더십을 배울 만한 게 있는지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역사가 오랜 일본에는 개인의 자질을 넘어선 정치적 리더십이 있다.

 

한국에서는 중요안건을 결정하기 위해 최고결정자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다양한 세력이 다양한 채널로 제각기 목소리를 정책결정에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각종 이익집단과 관료, 정치가 간에 의사소통 채널이 형성돼 있다. ꡐ장외정치ꡑ나 ꡐ운동장 정치ꡑ는 발붙일 수 없다.

 

색깔이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목소리가 표출되는 일본에서 ꡐ싹쓸이ꡑ나 ꡐ말아먹기ꡑ는 쉽지 않다. 이해관계자를 배제했다가 벌어질 ꡐ철저항전ꡑ을 피하기 위해 심의회 조사회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설득과 이견을 조정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결정되고 나면 ꡐ깜짝쇼ꡑ나 ꡐ뒤집어엎기ꡑ로 결론이 바뀌는 경우는 적다.

 

밀어붙이기식 일 처리도 일본에서는 보기 어렵다. 총리도 각료와 여당, 행정부와의 의견조정을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 특히 예산이나 법률제정이 필요한 정치적 결정은 여당의 정책조사위원회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야당과는 국회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히 사전에 의견을 조율한다. ꡐ낙하산 공천ꡑ보다 ꡐ지역후원회ꡑ를 기반으로 국회에 등장한 의원이 대부분인지라 의원들이 당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 확보와 정책결정구조의 제도화라는 과제를 모두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론을 반영하는 리더십,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리더십, 설득을 게을리하지 않는 리더십은 한국이 일본에서 배울 점이다.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학)

 

 

[후기/광화문에서] 리더십 세계여행

 

참 궁금했다. 한반도의 반쪽에 불과한 땅에 5000만명이 채 안 되는 인구를 가진 한국도 이토록 지독한 혼란과 갈등으로 갈팡질팡하는데 광활한 영토를 가졌거나 수억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들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특파원들과 상의한 결과 외국의 리더십을 분석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 결과물이 최근 6회에 걸쳐 본보 국제면에 연재된 ꡐ국가적 혼란 어떻게 푸나ꡑ라는 시리즈였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영국 일본의 러더십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지도층과 국민이인정하는 ꡐ무언가ꡑ에 의해 국가를 일관되게 경영하고 있다는 점만은 한결같았다.

 

미국은 ꡐ문제 대통령ꡑ을 갖고 있다. 지식인들이 거침없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ꡐ바보ꡑ라고 지칭할 정도로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무성하다. 지난해 말에는 선거 후 36일간 대통령당선자가 결정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고 올 들어서는 상원 다수당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어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됐다. 그런데도 미국은 혼란스럽지 않다. 미국인들은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法治)에 의해 국가가 경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정치판은 한국 관점에서 보면 절망적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우파인 공화국연합(RPR) 출신이고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좌파인 사회당(PS) 출신이다. 정치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는 싸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으로 프랑스가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가 공존하는 ꡐ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동거)ꡑ이 시작된 97년 이후 경제가 크게 호전되는 등 국정운영 성적표는 좋기만 하다. 프랑스인들은 우파와 좌파가 동거는 하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라고 하기 싫은 러시아와 중국의 리더십도 만만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은 ꡐ통합과 설득ꡑ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는 국론통합을 목표로 설득을 통해 공산당이 주도하는 의회, 정치에까지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두재벌(올리가르흐), 거대한 관료집단, 강력한 지방정부 등 기득권 세력을 동반자로 만들었다.

 

중국 리더십의 근간은 원칙주의다. 개혁개방의 시발점이 된 덩샤오핑(鄧小平)의 78년 말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연설에서 보듯 중국 지도부는 원칙을 정한 뒤 정책을 결정하고 이후에는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실행해 오늘의 성공을 일궈냈다.

 

외국언론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조망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ꡐ남남갈등ꡑ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해진 국론분열에 주목해 ꡐ대결의 리더십ꡑ으로 제목을 뽑거나 ꡐ법과 원칙대로ꡑ를 강조하며 상당수 국민의 비판을 외면하는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ꡐ고집의 리더십ꡑ으로 하지는 않을까. 꼭 집어 언급할 만한 리더십이 있는 국가로 비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한 수 배우자는 취지로 출발한 리더십 세계여행. 암울한 국내 상황이 더욱 분명해져 후기(後記)를 쓰는 심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방형남<국제부장>hnbhang@donga.com

 

 

<동아일보 2001.8.1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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